월야환담 전력 60분 - 여름
서현은 강가를 걷고 있었다. 더위가 설익은 오월이었고, 일주일만 기다리면 유월이 되는 날이었다. 이제 막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은 비린내도 나지 않을 만큼 청량했다. 서현은 강가를 따라 걷다가 서린과 물장구를 함께, 롯시니가 물장구를 치는 곳에 함께 있는 이사카를 발견했다. 서현은 그들이 겨우 보일 만큼 먼 거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막 눈이 녹기 시작하는 여름에는 곰들이 먹이를 찾으러 강에 나왔다. 롯시니는 새끼가 딸린 곰이 무서워 이사카를 졸라 함께 강에 놀러 나왔다. 얼음이 녹고 강이 사는 러시아의 봄, 시베리아의 여름. 이사카는 물에 닳아 동글동글해진 돌멩이들을 발로 걷어차고 서린을 향해 뛰어갔다. 이샤! 나 물고기 잡았어! 조약돌만한 두 손을 모은 롯시니가 쥐똥만한 잡어를 양 손에 가두고 있었다. 이사카는 발걸음을 늦추며 자신의 동생을 차근차근 살펴보았다. 이샤! 물고기! 작아! 롯시니는 물방울이 튀도록 까르르 웃다가, 저멀리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물고기를 팽개치고 뒤뚱뒤뚱 뛰어간다. 이샤! 저기 엄마야! 이샤!
서린은 강가를 걷고 있었다. 더위가 설익은 오월이었고, 일주일만 기다리면 유월이 되는 날이었다. 이제 막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은 비린내도 나지 않을 만큼 청량했다. 서린은 강가를 따라 걷다가 서현과 물장구를 함께, 이사카가 물장구를 치는 곳에 함께 있는 롯시니를 발견했다. 서린은 그들이 자신을 겨우 발견할 만큼 먼 거리에 주저앉았다.
이제 막 눈이 녹기 시작하는 여름에는 곰들이 먹이를 찾으러 강에 나왔다. 이사카는 새끼가 딸린 곰을 걱정해 롯시니와 함께 강에 놀러 나왔다. 얼음이 녹고 강이 사는 러시아의 봄, 시베리아의 여름. 롯시니는 조약돌만한 두 손을 함께 모아 쥐똥만한 잡어를 양 손에 가뒀다. 이샤! 나 물고기 잡았어! 그러면 이사카는 물에 닳아 동글동글해진 돌멩이들을 발로 걷어차고 서린을 향해 뛰어왔다. 이샤! 물고기! 작아! 롯시니는 물방울이 튀도록 까르르 웃다가, 저멀리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물고기를 팽개치고 뒤뚱뒤뚱 뛰어간다. 이샤! 저기 엄마야! 이샤!
세건은 강가를 걷고 있었다. 더위가 설익은 오월이었고, 일주일만 기다리면 유월이 되는 날이었다. 이제 막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은 비린내도 나지 않을 만큼 청량했다. 세건은 강가를 따라 걷다가 어린 서린과 함께 있는 어린 이사카를 발견했다. 세건은 그들이 총의 사정거리에 겨우 들어올 만큼 먼 거리에서 조용히 앉아쏴 자세를 취했다.
이제 막 눈이 녹기 시작하는 여름에는 곰들이 먹이를 찾으러 강에 나온다. 그러나 0세대 라이칸스로프 두 마리가 두려운 까닭인지 주변에 곰은 커녕 여우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얼음이 녹고 강이 사는 러시아의 봄, 시베리아의 여름. 어린 이사카는 물에 닳아 동글동글해진 돌멩이들을 발로 걷어차고 서린을 향해 뛰어갔다. 참방참방 흩어지는 물방울 사이로, 이샤! 나 물고기 잡았어! 조약돌만한 두 손을 모아 움켜쥔 서린은 쥐똥만한 잡어를 양 손에 가두고 있었다. 어린 이사카는 물에 잔뜩 젖은 바짓단을 툭툭 털어대며 자신의 동생을 향해 가까이 다가간다. 이샤! 물고기! 작아! 어린 서린은 손아귀에서 물방울이 튀도록 까르르 웃다가, 저멀리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물고기를 팽개치고 뒤뚱뒤뚱 뛰어간다. 이샤! 저기 엄마야! 이샤! 세건은 스코프를 통해 이사카를 바라보았다. 어린 이사카는 넘어질듯 흔들거리는 서린의 걸음걸이를 지켜보다가 저격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으나 저격수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 날은 그 애들이 강가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서현은 그 날도 강가를 걷고 있었다. 이사카와 롯시니를 만나지 못 할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제 막 얼음이 녹아 흐르는 물은 비린내도 나지 않을 만큼 청량했다.
서현은 강가를 따라 걷다가 서린과 물장구를 함께, 롯시니가 물장구를 치는 곳에 함께 있는 이사카를 발견해야 했으나 역시나 강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서현은 그들이 뛰어놀았던, 커다랗고 넙적한 바위가 있는 곳에 주저앉아 이사카와 롯시니를 기다렸지만 해가 질 때까지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땅거미가 거뭇거뭇 내릴 즈음에 서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세건을 발견했다.
"이봐, 한세건."
아, 이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다. 서현은 자신 속의 또다른 자신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세건을 향해 말한 것을 느꼈다. 그러자 세건은 입을 뻐끔거리고 대답했다. 뭐야, 왜 또. 세건은 자신 속의 또다른 자신이, 자신이 총을 겨눈 채인 서현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느꼈다. 세건이 어느 누군가의 의지로 뻐끔거리는 순간, 세건은 서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턱 위가 모두 날아가버린 서현은 비틀거리다가 자리에서 쓰러졌고, 후우,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정오가 되었다.
그 다음날 서현은 강가를 걷지 않았다. 대신 서현은 눈을 뜨자마자 시야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온 몸을 감쌌던 강가의 축축한 물기가 급하게 달아오르고, 눈이 녹은 촘촘한 침엽수림에 불이 붙었다. 서현은 황급히 세건의 팔뚝을 낚아챘다. 세건이 다소 불만스러운 손짓으로 서현을 밀어낸다. 세건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것이 서현에게까지 느껴졌다. 서현은 세건을 불렀다. 한세건, 세건, 세건아.
"우리, 아! 우리 여름되면."
지금이 여름이야. 세건이 이불을 밀어내며 마저 움직였다. 아, 뜨거워, 아, 너무 좋아, 아, 따뜻해, 아, 아. 서현은 세건의 어깨에 코를 박았다.그리고 입술을 살갗에 비벼대며 세건이 뿜어대는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뜨겁고, 눅눅하고, 축축하고, 끈적하게 가라앉은 물기. 세건의 살에서 물비린내가 풍긴다.
세건이 거친 숨을 내쉬다가 서현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서현은 다소 울음기어린 목소리로, 세건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앞뒤없는 말을 주워섬기고 있었다. 응, 지금, 여름이야, 으응, 여름이야, 흐, 여름, 아, 여름. 어떡해, 너무 좋아. 오늘이 몇 월인지 기억도 안 날만큼 너무 좋아. 서현은 머리 끝까지 들어차는 감각에 밀려 눈을 감았다. 새까맣게 내려앉은 땅거미와, 흐릿하게 일렁이는 하얀 달과, 새빨간 눈의, 이가 뾰족한, 통통한 손바닥에 티끌만한 물고기를 가둔, 아, 롯시니가, 서린이.
그 옛날 시베리아의 봄. 내 동생이 건져올린 그 한 줌의 냄새. 한세건에게서 한여름의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