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우오칼라니
어느 날 그 애가 출근을 하지 않았을 때, 그 애의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기억이 났다. 방문 어귀를 서성인 지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티모시는 나를 자신의 방으로 들였다. 후끈후끈하기까지 달아오른 찜통같은 방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침대에 앉아있던 티모시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절뚝거리며 방문을 닫았다. 가벼운 파열음에 그 애와 내가 격리된다. 나는 의자에 앉아 턱을 괴었고, 티모시는 다시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침대 위에 앉는다. 이것은 대화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것은 대화라기보단 고별식에 가까웠다. 만들어주었던 보조기구는 방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했고, 티모시가 절뚝거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나의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대화로 상대방을 알아가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 애와 나는 서로 그럴 단계의 관계도 아니었다. 나는 그 애를 알기 위해 대화를 할 생각이 없었고, 그 애는 그런 나를 잘 알고 있었다. 티모시는 항상 내게 무엇인가 말하려 우물쭈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나는 그러려니 했다. 누구든지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걷지 않을 그 애의 장례식에 내가 참석하는 이유는 보조기구를 만들어준 사람으로서의 책임도 아니었고, 연합의 일원으로서의 책임도 아니었다. 그저 레이튼 펠프스라는 개인의 알량한 동정심에 기반한, 어찌보면 연민이라 볼 수 있는 종류의 감정 때문이었다.
그 애의 무덤에는 보조기구가 함께 묻혔다. 티모시의 능력을 감안하여 불에 강한 금속으로 만든 것이 무색하게, 아주 새까맣도록 타 있었다고 했다. 그 애는 (비록 본인은 부정했지만서도) 항상 자기 자신을 깎아먹기 위해 능력을 썼기 때문에, 보조기구를 만들어준 이유에는 별 것이 없었다. 그저 그 애가 눈에 띄게 절뚝거리는 것이 보기 불편했고, 그것만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었으며, 나는 자기 자신을 깎아먹는 종류의 인간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그리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패인이 될 줄 생각조차 못 했다.
티모시의 장례식은 그 애가 발견된 지 일주일만에 조촐하게 이루어졌다. 그가 안타리우스에 다시 끌려갔지만 살아 돌아올 수 있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는 점에서 지하연합의 일원들은 비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안타리우스의 구원회 단장으로 알려진 시드니 크리스토퍼 젤러즈니와 연합의 아지트 사이에서 발견된 티모시는 비틀렸던 다리가 더더욱 비틀리고, 온 몸의 털이 고불고불하게 타 있었으며, 원한에 찬, 아니면 분노가 원인일 수 있는 잔혹한 폭행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감출 수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연합의 모든 이들이 숙연했다. 나는 새빨간 흙에 파묻힌 그 애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애의 방을 향했다. 후끈후끈하기까지 달아오른 찜통같은 방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침대에 앉아있는 티모시를 생각하며.
그러니까, 어느 날, 그 애가 출근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나는 그 애의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방문 어귀를 서성인 지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티모시는 나를 자신의 방으로 들였다. 후끈후끈하기까지 달아오른 찜통같은 방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침대에 앉아있던 티모시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절뚝거리며 방문을 닫았다.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그 애와 내가 함께 격리되자, 나는 의자에 앉아 턱을 괴었고, 티모시는 다시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침대 위에 앉았다. 이것은 대화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것은 대화라기보단 고별식에 가까웠다. 만들어주었던 보조기구가 방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하고, 티모시는 절뚝거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나는 티모시를 최대한 눈에 담으려 애썼다. 머리카락이 조금 차분했던, 소년과 청년 사이의 미성숙. 언젠가는 그 애가 나보다 일찍 떠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켜야 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소심해지고, 날카로워지며, 날붙이만큼이나 연약해지기 때문에. 어쩌면 그 애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는 점이 일종의 변환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간에 티모시는 지켜내려했고, 또한 지켜냈으며, 지켜내는 것에 대한 댓가로 자신의 남은 시간을 통째로 털어넣었으니.
그러니까, 어느 날, 그 애가 출근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나는 그 애의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방문 어귀를 서성인 지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티모시의 방문을 열 수 있었다. 언제나 찜통처럼 익어있던 공기는 차갑게 식은 채로, 새까맣게 그을린 침대에 앉아있던 티모시는 없는 채로. 나는 절뚝거리며 방문을 닫기 위해 이동하는 티모시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그 애와 내가 함께 격리되도록 문을 닫았다. 나는 내가 항상 앉던 의자에 앉아 턱을 괴었고, 다시 절뚝이는 걸음으로 침대 위에 앉는 티모시를 상상했다. 이것은 대화를 위한 준비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것은 대화라기보단 고별식에 가까웠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만들어주었던 보조기구는 방 한구석이 아닌 붉은 흙 속에 파묻혀있었고, 티모시는 더이상 절뚝거릴 수 있지 않았으며, 나는 더 이상 티모시의 얼굴을 눈에 담을 수 없었다. 머리카락이 조금 차분했던, 소년과 청년 사이의 미성숙.
아마 나는, 그 애가 죽기 전까지 나는 죽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리하여 그 애는 내가 죽기 전에 먼저 떠났다. 나는 영원히 그 애가 죽기 전에 죽을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내게 남은 것은 추락이다. 어쩌면 산산조각이 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사소한 기대를 가진 채로, 그리고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이 난 것만은 남는다던 어느 이야기가 진정한 나의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티모시의 방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러자 이제 있지도 않은 사람이 내 귓가에 속삭였던 어느 날의 고백이 온 몸을 들쑤셨다. 습한 여름, 덥고 끈적끈적한 공기, 숨통이 막히는 시야, 그리고 어느새 뜨뜻하게 달아오른 귓볼 너머로, 제 것이 아닌 것처럼 내뱉던 나약한 목소리가 내 속에서 끓었다. 저는 우리가 항상 함께 고통스러울 거라는 걸 믿어요, 진심으로요. 모든 게 달라지더라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쯤은 있겠지만, 저는 절름발이고, 당신은 그저 매일 아픈, 절름발이를 걷게 한 수리공인 것처럼, 결국 그게 우리의 것은 아닐 거잖아요……. 그러니까 밀어내지 말아주세요, 더 울지도 못 할 사람을 울리지 말아주세요…….
나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그 순간에 희망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었던. XXX. 나의 최초, 나의 최후, 나의 최종아. 나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어두컴컴한 천장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로맨스의 종말이었다. 또다시 환상이 속삭인다. 박살이 난 이것만이 어쩌면, 너의 이번 생애 두 번 다시,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진정한 사랑일 수 있었노라고.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인간이 아니어도 언젠가 서로 사랑할 수 있었음을.
아, 릴리우오칼라니.
망국같던 나의 사랑.
나는 그 애의 무덤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